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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9 00:17:40)
ID
[2011-02-07] 역자후기 (진화론을 탐험하다 - 생명의 진화에 대한 8가지 질문 (21세기북스)
진화론을 탐험하다 - 생명의 진화에 대한 8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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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서문

그 동안 진화론 관련 많은 서적들이 국내에서 출판되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일반 독자들을 겨냥하여 진화론을 생명의 기원에 대한 유일한 과학 이론으로 설명함으로써 깊이 있는 진화론 논쟁을 다루고 있지 않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부 서적들은 진화론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만을 보여준다. 그 결과 양쪽 관점의 책들을 가지고는 독자들이 생명의 기원에 관해 ‘증거에 기반한 토론’을 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 진화론을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토론할 수 있는 대중적인 책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와중에 미국에서 2008년에 출간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진화론을 더 깊이 탐구하며 토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생명의 기원에 대한 8가지 이슈에 대해서 현재 주류 진화론자들의 주장과 이를 비판하는 다른 진화론자들의 주장을 찬반 형태로 토론하도록 했다. 아마도 국내에서는 이러한 형식으로 출간되는 최초의 진화론 서적이 될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독자들이 가장 놀라게 되는 사실은 자연선택에 의한 점진적인 생명의 변화를 말하는 현재 주류 신다윈주의 진화론에 대해 진화론자 내부에서 많은 비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일반 대중들이 거의 접해보지 않은 내용들이다. 이 책은 생명의 진화에 관한 8가지 이슈 중 7가지에 대해서는 현재 주류 진화론자들의 입장과 이를 비판하는 다른 진화론자들의 논쟁을 다루고 있다. 다만 8번째 이슈인 ‘분자기계’를 다루는 장에서는 최근 생명의 복잡성 구조에 대한 지적설계론 과학자들과 일부 진화론자들의 주장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주류 진화론자들의 학술적인 비판을 다룸으로써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은 일반 대중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진화론에 대한 찬반 토론을 검증된 방대한 학술 논문들과 서적들을 기반으로 하였고 이를 주석과 참고문헌으로 정리하였기 때문에 대학교 생물학 교재로, 또한 생물학자를 비롯한 과학자들의 깊이 있는 연구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이 책을 번역한 두 역자는 서로 다른 분야를 전공하고 있다. 한 사람은 생명체의 특징을 공학적인 설계에 응용하는 바이오모방공학(Biomimetics)을 전공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환경미생물학자이다. 첫 번째 역자는 생명체의 특징을 연구하여 바이오 센서와 나노 구동기에 적용하고 있는데 최근에 남미의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가 습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특징을 모방하여 세계 최초로 무전원 습도 센서를 개발하였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지 2010년 9월 23일자의 하이라이트 연구(Research Highlights)에 소개되었다. 역자는 현재 과학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장수풍뎅이의 표피 구조를 통하여 얻게 되었는데 이러한 생명체의 놀라운 구조가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으로만 완벽하게 설명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다.

두 번째 역자는 벤젠과 톨루엔 같은 독성 유기화합물 분해 세균의 대사 유전자 및 단백질의 기능 분석과 이들 유전자의 수평 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지난 10여 년간 국제 유명 저널에 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는 과학이란 ‘진리를 향한 끝없는 탐구(an endless search for truth)’이고, 객관적으로 확증된 사실을 토대로 미지의 현상을 추측하고 설명하는 것이 과학자의 임무이며 과학자는 자신이 세운 가설이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사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는 인문학자들과 활발한 연구 교류를 통해 융합 연구와 대중의 과학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분야를 전공하고 있고 생명의 기원과 진화론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약간의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진화에 대한 다음 두 가지 관점에 동의하여 이 책을 공동으로 번역하게 되었다. 첫째는 자연선택의 진화론이 생명의 기원과 복잡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아직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는 현재의 생물학에서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인 진화론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허용되어야 하며 이것이 과학의 진정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두 역자가 진화론에 대해 갖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역자는 논란이 있는 생명체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진화론만을 유일한 이론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최근 연구되고 있는 다른 대안적인 관점의 이론들도 과학의 영역 안에서 연구되고 검증되고 토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이론들도 혹독한 검증의 과정 속에서 과학적 이론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고 비과학으로 판명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증거에 기반하여 제시되는 어떤 이론에게도 최소한 검증의 기회는 주어져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역자는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과 학술적인 토론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아직 지적설계론을 포함하는 비자연주의적 관점의 접근 방식을 생명 기원의 학술적인 토론에서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유보한다.

다윈의 진화 이론의 논의는 대부분 오랜 과거에 일어난 현상으로 실험이나 관찰에 의해 직접 증명하기 어렵다. 인간 유전체를 비롯한 유전정보 분석이 가능한 현대 생물학에서는 돌연변이를 통해 새로운 변이를 가진 개체들의 집단이 나타나고 이들이 자연선택을 거치면서 집단의 유전자 구성에 변화가 생긴다는 소진화(microevolution)는 명확히 검증되어 현재 생물학의 핵심 원리가 되었다. 그러나 소진화의 변화들이 오랜 기간 축적되어 새로운 종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진화(macroevolution)를 둘러싼 많은 문제점들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결국 다윈의 진화 이론은 경험적 자연과학과 사변적(思辨的) 자연철학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수많은 연속적이고 작은 변형을 통해서 생길 수 없는 어떤 복잡한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나의 이론은 완전히 깨어질 것이다.”

생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책으로 여겨지는 《종의 기원》에 다윈의 이런 고백이 포함되어 있는 것에 놀라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진화론이 생명 기원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다윈의 언급처럼 자연선택의 진화론으로 생길 수 없는 복잡성의 구조를 연구하며 검증하는 것이 진정한 다윈주의자의 길이 아닐까? 불행히도 현재의 생물학에서는 그 어떤 증거를 갖고도 진화론을 학술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연주의 관점에 근거한 진화론을 비자연주의적 관점으로 비판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고 주류 생물학계가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일반 대중들이 진화론을 깊이 이해하고 토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서 역자들은 진화론에 대한 공정한 검증이 이루어져 진화론이 유일한 생물학 이론으로 모든 이가 받아들이는 때가 오든지, 아니면 다른 대안 이론이 과학계의 검증 과정을 통과하여 진화론과 공식적인 토론을 할 때가 오든지, 둘 중에 어느 쪽이 속히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런 목표를 이루는 데 이 책이 사용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이 책의 국내 번역 판권을 허락한 원저자들과 판권 계약을 담당한 존 웨스트 박사(Dr. John West)에게 감사드리며 또한 번역을 도와준 연세대학교 생물학과 환경미생물유전체학 연구실 연구원들(유미연, 신선미, 김경선, 차문석, 신일동)과 연세대학교 동아시아국제학부 김지용 군 그리고 KRAID 조민수 간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끝으로 출판을 허락해주신 21세기북스 사장님과 강선영, 최혜령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신촌에서 이승엽, 김응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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